‘왜 좋아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인터넷이 좋은 점이 있다면 평가하고 조언하고 상담해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나쁜 점이 있다면 평가하고 조언하고 상담해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언제 모 기자분이 ‘네티즌의 1/4이 지식인’이라는 광고를 보고 ‘정말 신뢰 안 간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절대 동감. 세상 네티즌의 1/4이 지식인이라면 그 지식은 일반적 상식에 가까워졌다는 뜻일 게다. 즉 지식으로서의 전문성이나 정보의 독창성이 30퍼센트 정도는 희박하다는 말이려나.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시 검색엔진을 동원할 테니 악순환은 돌고 돈다. 지식인 서비스의 ‘지식’ 중 일종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는 질문의 경우 공신력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할 듯하다.

이 문제는 ‘감상과 평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네이버 서비스 중 영화나 음반의 평점이나 인터넷 서점의 서평을 보면 머리가 멍해질 때가 있다. 개개인의 가벼운 기호가 너무나도 쉽게 반영된다. 이건 좋아요 또는 싫어요지 평이 아니다. 최고의 영화, 최고의 음반이라는 그야말로 최고의 상찬은 어디나 넘쳐난다. ‘2집은 별로지만 3집은 최곱니다.’ 왜 별로인지, 왜 최고인지 이유도 없다. 심지어 보지 않고 평하는 이들이 있으니……. ‘알바’라고 불리는 작전세력과 괜히 수틀려서 별 반 개 주는 이들이 공존하는 그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아마 그 문화 상품의 생산자들이 그 현장을 보면 함께 미치고 싶을 거다. 그래도 뭐, 어차피 논다는데, 좋지 않은가. 누구도 공신력을 기대하고 있지 않는데다가 개인의 다양성은 또한 존중돼야 하니까. 하지만 그 이상야릇한 평점과 평들은 주요한 마케팅 요소로 쓰인다. 또 돌고 돈다.
판매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서평’의 경우는 보다 복잡하다. 업계 관계로 보이는 이들의 공허한 서평(이들의 서재는 이 서평 한 개뿐;)과 다양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무분별한 평점의 쏠림 현상, 공연한 헐뜯기, 일종의 권력이 된 수퍼 리뷰어들.

나는 어떤 문화 상품을 접하고 한 후 ‘당신은 그게 왜 좋아요?’ ‘왜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할까?’에 대한 답변을 얻으려고 웹을 쏘다닌다. 하지만 그 간단한 질문을 속시원하게 해결한 적이 그리 많지 않다. 그냥 좋단다. 아니면 다 싫거나.

PS: 논술, 논술하지 말고 감상 교육을 시키면 참 좋을 텐데, 논술 시험 대신 영화 한 편 보여주고 저 영화가 왜 좋은지 쓰라고 하면 제일 좋지 않을까나;

 

by decca | 2007/04/03 12:04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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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오공감의 흔적 at 2007/04/04 11:57

제목 : 2007년 4월 4일 이오공감
747에서 좋은 좌석은?  by 안불렀슈오늘 항공기를 타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마래바님의 항공기 좌석 중 좋은 자리는 어디? 란 글을 읽었습니다. 좌석 중에 어디가 편하고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by Feelin배경은 18세기의 프랑스, 냄새 고약한 생선 시장에서 버려진 사생아로 태어난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는 천재적인 후각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히 한...‘왜 좋아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b......more

Commented at 2007/04/04 00: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바스티스 at 2007/04/04 11:52
샘플 인구가 많아지면 그런 즉흥적인 가벼운 기호마저 전체적인 트렌드를 반영하게 되니 의미가 있죠.
imdb 같은 경우 개봉한지 얼마 안된 영화들은 대게 평점에 인플레가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Commented by Fever at 2007/04/04 12:24
물론 알바라든가 무성의한 답변도 많지만,
좋은것에 대해 왜 무엇이 좋은지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는건 글쎄요..
개인에 따라 느낌이 좋을 수도 있는게 아닐까요.
무언가를 좋아할때(그게 사람이든 사물이든)
꼭 반듯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건 아니지 않을까도 싶은데.
전문가적인 답변이 듣고 싶으시다면 전문가 평론을 찾으시는 것이 좋을것 같아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4/04 12:45
절대공감합니다. 평을 믿고 샀다가 피 본 경험이 워낙 많아서...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7/04/04 12:53
학교다닐때 미학 수업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가 나오면서
'아는만큼 느낀다'라는 문구를 핵심으로 강조하더군요.
꼭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설명을 하는게 아니라
그만큼 자기가 쌓아온게 있고 받아들임에 있어 진지하다면
좋아함에 대한 이유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엔 5살짜리 아이라도 그냥 좋아요 싫어요가 아니라
-이 간식은 '우리엄마가 해줘서' 제일 좋아요-
-아빠는 '나랑 잘 놀아줘서'좋아요-
라고 나올 수 있다는 거죠.

Commented by decca at 2007/04/04 13:14
헛 이오공감이;; 방문해주신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음 글이 모호하게 읽힐 여지가 있나 봅니다; 기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이란 이름으로 쓰이는 글들에 대한 얘기를 한 것입니다.
Commented by 카방글 at 2007/04/04 13:43
이오공감 축하드려요.
Commented by forsake34 at 2007/04/04 14:00
이오공감에서 왔습니다. 음, 저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합니다. 그냥 좋다, 싫다, 란 거, 나쁘지 않다고 봐요. 정말 이유 없이 좋고 싫어할 수 도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 감정 뒤로 숨겨진 이유까지 있다면 읽는 사람도 더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D

그리고 논술이란 거...글을 잘 쓴다는 건,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얼마나 했느냐, 에 달린 거라고 봐요. 아무리 이런 저런 좋은 표현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진짜 좋고 사람을 움직이는 글은 글쓴이의 생각이 질서정연하게 잘 드러난다고 보거든요 :D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난뒤, 그저 가볍게만 응, 그거 좋았어, 아니 그거 좋지 않았어, 라고 한다면, 그것을 보고 즐기기만 했을 뿐,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해석해보지 않았다, 라고 생각해요...;ㅁ; 보고 듣는 순간에만 눈과 귀가 즐거웠을 거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겠지요 'ㅅ'
Commented by 큐브관리자 at 2007/04/04 14:38
굳이 왜 좋은가를 분석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일일히 따지면 피곤해지죠.. 안그래도 바쁜 일상, 가볍게 즐기고 넘어갈 수 있는것을 구체적인 분석이 없다고 논술교육까지 들출 필요가 글쎄..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그다지 필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글쓰신분이 전문가 평을 꼬집으신 거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Commented by amish at 2007/04/05 03:50
맞는 말입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모른다면 배울려고나 하는데. 내가 안다. 생각하면 그때부터는 배울 일도 없다는거죠. 티비의 해악도 저거였는데.(가짜를 진짜로 아는것으로 진리에의 길을 막는것). .. 인터넷은 더 심하죠. 사람의 두뇌도 퇴화하고 있나봅니다. 뭐 별 수 없지요. 스스로 퇴화하고 싶은 사람은 빨리 퇴화하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지요.
Commented by 퍼먹어슨 at 2007/04/05 05:35
전 어떤 의미로 쓰신 글인지 아주 공감이 가는데요. 비단 영화 평 따위 뿐만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나 논의 없이 이유불문하고 호감/비호감, XX빠/XX까 이렇게 단순하게 치환시켜서 대상을 바라보는 천박한 사회 분위기가 싫습니다.
Commented by Nasha at 2007/04/05 10:15
흐흐 이 글에 공감합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 하고 있어서, 책이나 영화에 대한 평은 아예 보지 않고 제가 직접 접해봅니다. (화장품 같은 경우는 그나마 실용적이니 평이라는 걸 꽤 믿을 만하지만요) 블로깅을 시작한 이유도 책이나 영화를 보고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보고 싶어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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